AI 기술은 디자이너들의 일상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더 이상 단순 반복 작업을 줄이는 보조 역할에 머물지 않고, 창의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동료’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특히 디자인팀 내부의 워크플로우는 물론, 기획자나 PM과의 협업 방식까지 AI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AI와 디자이너의 협업이 실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조직 내 구조와 프로세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1. 디자인 도구에 스며든 AI – 생산성과 창의성의 균형
최근 디자인 산업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디자인 도구 자체의 진화’다. Figma, Adobe, Canva 등 주요 플랫폼들은 AI 기능을 속속 도입하며 디자이너의 반복 작업을 최소화하고, 더 많은 시간을 ‘아이디어’와 ‘의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예시: Figma의 AI 플러그인
Figma는 여러 AI 플러그인을 통해 사용자 인터페이스 설계 시 자동 정렬, 카피 생성, 모션 프리셋 등을 제공한다. 사용자는 기획안을 기반으로 컴포넌트를 빠르게 배치하고, 반복되는 스타일 적용은 AI가 대신 처리한다. 특히 Figma의 ‘AI 이미지 생성 플러그인’은 스케치를 기반으로 자동으로 UI 컴포넌트를 제안해주는 기능까지 실험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예시: Adobe Firefly
Adobe는 ‘Firefly’라는 생성형 AI 도구를 통해, 텍스트 명령만으로 이미지나 그래픽 요소를 생성하거나 편집할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우주 배경의 은은한 노을 톤”이라는 텍스트를 입력하면, 시각적 컨셉을 자동으로 렌더링해 시안을 제안한다.
이처럼 AI는 디자이너가 ‘디자인하는 시간’보다 ‘기획과 문제 해결’에 더 많은 역량을 쓸 수 있도록 돕는다. 단순한 시간 단축을 넘어, 크리에이티브 전략 수립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낸 것이다.
2. 조직 내 워크플로우의 개편 – 디자이너의 역할 변화
AI 도입은 디자인 업무 자체의 방식뿐만 아니라, 조직 내부의 워크플로우와 역할 구조에도 변화를 불러온다. 예전에는 디자이너가 기획자가 전달한 기획서에 따라 화면을 구성하고 시각화하는 역할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그 이상의 역할이 요구된다.
1) 디자인 기획 단계부터의 참여 확대
AI는 와이어프레임, 유저 플로우 설계, 텍스트 제안 등 초기 단계에서도 많은 역할을 수행한다. 이 때문에 디자이너는 더욱 전략적인 시선으로 초기 기획 회의에 참여하게 되며, 단순한 시각화가 아닌 서비스 구조와 UX 흐름 설계에 직접 기여하게 된다.
2) 디자인 QA 자동화와 관리 효율화
AI 기반 디자인 시스템이 자리잡으면서, 디자인 QA 또한 자동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Zeplin이나 Figma에서 자동으로 디자인 가이드를 추출하고, 개발 단계에서 컴포넌트 누락 여부를 검수하는 툴들이 사용된다. 이를 통해 디자이너는 개발자와의 소통보다는 시스템 관리와 개선 전략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3) 역량 중심 팀 구조 변화
기존에는 ‘UI 디자이너’, ‘그래픽 디자이너’, ‘BX 디자이너’ 등 명확히 구분된 팀 구성이었다면, AI의 도움으로 업무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템플릿, 자동 레이아웃, 텍스트 생성 기능이 고도화되며, 디자이너 개개인의 문제 해결 능력과 전략적 사고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디자이너의 커리어 방향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3. PM/기획자와의 연결 고리 – AI가 바꾸는 커뮤니케이션 방식
디자인팀과 기획팀의 협업은 오랜 시간 동안 ‘요구사항 수용-디자인 산출’ 구조로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AI는 이 고리를 양방향 대화와 실시간 검토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
1) 실시간 피드백과 프로토타이핑
Figma와 같은 협업 툴은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가 동시에 작업할 수 있는 구조를 지원한다. 여기에 AI 자동화 기능이 더해지며, 기획자는 디자이너가 만든 와이어프레임을 즉시 보고 의견을 남기고, 디자이너는 실시간 수정이 가능하다. 변경 요청-수정-검토의 사이클이 짧아지며 업무 속도는 비약적으로 향상된다.
2) 요구사항 정리의 자동화
기획자가 작성한 문서를 AI가 요약하고, 핵심 요소를 도출하여 디자인 요구사항으로 정리해주는 기능도 확장되고 있다. Notion AI, Slack GPT 등은 자연어 기반 문서 요약, 회의록 정리, 과업 자동 분류 기능을 통해, 디자이너가 ‘기획 의도’를 빠르고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돕는다.
3) 커뮤니케이션의 문서화
AI는 협업 도구 내 피드백을 자동 저장하고 정리해주는 역할도 수행한다. 디자인 변경 내역, 피드백 히스토리, 결정 과정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함으로써 기획자와 디자이너 간 의사결정의 누락을 방지하고, 조직의 노하우를 축적하는 데 기여한다.
결론
AI는 이제 디자이너의 적도, 대체자도 아닌 ‘협업 파트너’다. 조직 내부에서는 반복 작업을 최소화하고, 전략적 사고와 창의성에 집중할 수 있도록 워크플로우가 재설계되고 있다. 특히 기획자, PM과의 관계에서도 명확한 커뮤니케이션 구조와 실시간 협업 환경이 조성되면서, 디자인팀의 위상과 영향력은 더 커지고 있다. AI 도구를 잘 활용하는 디자이너는 단순한 손끝 기술자를 넘어서, 제품과 브랜드를 설계하는 핵심 전략가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지금이 바로, AI와 협업하는 디자인의 시대다.